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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잠을 자는 시간과 기억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등록일 2016.06.03 11:48
글쓴이 김양수 조회 749

 잠을 자는 시간과 기억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잠자는 시간’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잠을 자는 것은 시간이 남을 때 남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쯤으로 여긴다. 그렇다보니 특히 학생들의 경우 잠을 자는 시간은 낭비이고 무의미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되도록이면 잠자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을 한다. 필자의 청소년 시절에도 공부를 잘 하려면 잠을 적게 자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잠을 자는 시간이 4시간 이내면 대학시험에 합격하고 5시간 이상 잠을 자면 대학시험에 떨어진다고 하는 4당5낙이라는 말이 유행하였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수면역학센터장인 모리스 M. 오헤이온 교수는 “한국인들은 잠자는 것을 대단히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약 6억명이 참여한 수면연구를 진행했었는데 이중 한국인의 수면시간이 가장 짧았다는 것이다.

또한 새라 매드닉 박사는 기억력과 낮잠을 자는 시간에 대한 연구에서 실험 대상자들에게 기억력 테스트를 한 후 긴 시간 낮잠을 자게하고서 그들의 뇌파를 측정하여 보았다. 대상자 중 일부는 낮잠시간 동안에 렘수면까지 도달하였다. 낮잠을 자고 난 뒤 다시 기억력 테스트를 한 결과, 낮잠을 자면서 렘수면에 도달하였던 사람들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기억력이 40%가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그동안은 낮잠은 30분 이상을 자게 되면 밤잠을 해친다고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많은 심리학자와 뇌 과학자들이 ‘낮잠’과 기억력의 관계를 밝히면서 설정한 낮잠시간들을 보게 되면 이보다 몇 배는 길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매튜워커 박사는 실험을 통해서 90분의 낮잠시간을 제시했고, 뉴욕시립대 매튜 터커 박사와 윌리엄피시베인박사는 대상자들을 45분이나 재웠다. 미국의 나사 연구팀에서도 승무원들에게 낮잠을 40분 동안 자도록 했다. 새라 매드닉 박사 역시 대상자들에게 낮잠을 60분, 90분 동안 자도록 했다. 30분을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든 낮잠 시간이 90분까지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두뇌활동과 수면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학자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면’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2000년 성빈센트병원 정신과 홍 승철 교수팀은 한국인 3,713명을 대상으로 한 수면시간 조사결과, 15세 이상 한국인의 평균수면 시간은 6시간 15분에 불과하였다고 했다. 오헤이온 교수는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세계적으로 짧은 편일 뿐 아니라 수면의 질도 매우 낮고, 한국인 중 3분의 1이 불면증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전문가의 치료를 받는 사람은 5%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한수면학회는 한국 성인들의 수면 시간을 조사하였는데,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36분으로 발표하여, 조금 늘어나긴 했어도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사람들은 1시간 이상 잠을 덜자는 편이였다고 하였다. 수면시간이 평균 6시간36분이라도 5단계의 수면주기를 최소 4, 5회 반복하면서 충분히 깊게 잘 수 있다면 그래도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01년 5만1000명에서 2008년 22만8000명으로 7년 사이에 무려 4.5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수면시간이 짧은데다가 수면의 질조차 좋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이런 수면은 생각보다 심각한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만성적인 수면부족은 신체적, 정서적, 업무적으로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두뇌의 기능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주의력과 공간학습, 정보처리속도 및 정확도, 작업 기억력, 반응시간, 우울증, 불안증, 집중력 장애, 인내력 부족 등을 가져올 수가 있고, 특히 기억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인 유 승식 박사는 2007년 「네이처 신경과학」에서 「수면부족 상태에서의 인간 기억력 저하」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수면부족이 새로운 기억의 생성, 유지에 필요한 두뇌의 해마 기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장기간에 걸쳐서 축적된 수면부족도 인간의 기억과 전반적인 학습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조금 덜 자고 공부하면 더 성공할거라고 믿는 한국인들에게 규칙적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의미 있는 연구들이다. 단기간인 3일 동안이라도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해서 뇌가 피로에 지쳐 있는 상태가 되면 지능지수가 100에서 75정도로 떨어지는 것과 같아진다고 한다. 두뇌가 잠을 자지 못해 지칠수록 업무수행능력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일시적이지만 지능지수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또 다른 신경학자는 단 하루 밤을 꼬박 새는 것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법적 허용치를 넘긴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까지 하였다.

8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아서 유명해진 뉴욕의 DJ가 있는데, 그는 자선 모금을 위한 행사로 ‘장기간 잠 안 자기’를 시도했다. 행사가 시작된 지 2일째 그는 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3일째가 되자 자신의 신발이 거미집으로 보이고 테이블 얼룩이 살아 있는 곤충처럼 보이는 착시와 환각을 경험했다. 두뇌의 수행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4일째, 주의 집중과 정신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심리검사를 받지 못 할 정도였다. 당시 그는 알파벳도 기억하지 못했다.

5일째 그의 환각은 더욱 심해졌다. 입고 있는 코트를 털복숭이 벌레라고 우겼고 그를 관찰하는 과학자의 넥타이가 춤을 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기조절능력이 매우 떨어져 마치 성격파탄자처럼 행동하였다. 그는 도저히 깨어있을 수가 없어서 각성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6일째 그는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고 마치 치매 환자처럼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당시 그의 뇌파는 이미 3~4단계의 수면 상태와 비슷했다고 한다. 7일째, 그는 어떠한 상호작용도, 간단한 검사도 불가능했다. 8일째, 그는 검사를 위해 찾아 온 신경학자가 자기를 죽이러 왔다고 하면서 도망치는 행동을 보이며 행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행사가 끝난 후 그는 13시간 동안 정신없이 잠에 빠져 들었고, 이후 3개월 동안 약간의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잠을 자지 않는 것이 두뇌 활동에 왜 이렇게 큰 장애를 주게 될까? 수면의 역할을 이해하면 그 궁금증은 쉽게 풀릴 것이다. 잠들기 과정인 1, 2단계의 수면은 외부 세계와의 만남을 끊고 뇌가 온전한 휴식을 취하게 한다. 잠깐이지만 두뇌는 피로를 풀고 편안한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두뇌의 피로가 풀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주의집중이 잘되는 효과가 있다. 만약 이 1-2단계 상태의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스트레스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호르몬이 지나치게 늘어나 갑자기 체중이 늘어날 수도 있다. 3, 4단계 상태의 수면은 가장 깊은 수면상태로, 주변 자극이 뇌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 뇌는 편안하게 낮 동안에 입력된 정보들로부터 의미를 끌어내고 정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흥미로운 사건이나 조합이 있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간직하고 출력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뇌 과학자들은 3-4단계에 속하는 수면이 ‘인지능력’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 단계의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인지능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가 있다고 한다. 5단계의 수면은 가장 적극적인 두뇌 활동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3~4단계의 수면이 충분히 이루어지면, 5단계 수면에서 뇌는 낮 동안 받아들였던 정보 중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를 신속하게 결정한다. 새로 얻는 정보를 정리해서 필요한 것은 장기기억 장소로 옮기고 쓸모가 없는 것들을 제거한다.

따라서 낮 동안 두뇌 활동을 많이 했을 경우에는 밤 동안 5단계의 수면이 왕성해지게 된다. 실제 연구에서 잠자는 동안의 뇌파를 조사해보니 시험공부를 열심히 많이 한 학생과 전혀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의 뇌파가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비교 결과에서, 장기기억으로 저장할 것이 많은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의 5단계 수면이 훨씬 왕성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주의를 집중하고 단기기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1단계와 2단계의 수면이 필요하고,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데에는 3, 4, 5단계의 수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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